
설 연휴를 맞아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천년고도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역사 도시이자,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국내 대표 관광지다.
특히 영하의 날씨에도 맑고 차분한 공기 속에서 만나는 문화유산과 야경은 설 연휴 여행지로서 경주의 가치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불국사와 석굴암 등 신라 문화유산은 경주의 상징적 공간이다.
해가 지고 조명이 더해지면 동궁과 월지와 월정교가 빚어내는 야경이 겨울밤을 수놓는다.
보문관광단지와 동해안 일대는 설 연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여유로운 휴식을 선사한다.
호수와 바다를 품은 풍경 속에서 머무는 시간은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기에 충분하다.
최근에는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한 감성 관광도 경주 여행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 한옥과 개성 있는 상점, 카페가 어우러진 도심 풍경은 설 연휴에도 걷기 좋고 머물기 좋은 공간으로 이어진다.
설 연휴를 맞아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찾기 좋은 경주의 대표 명소와 추천 코스를 소개한다.

# 천년의 숨결, APEC으로 세계가 다시 본 유산 : 불국사·석굴암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경주가 과거의 유산에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세계와 현재로 소통하는 역사 도시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그 중심에는 경주를 상징하는 세계유산,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다.
익숙한 문화재이지만, 국제 행사의 무대가 된 이후 이들 유산은 ‘보존의 대상’을 넘어 ‘공유되는 가치’로 새롭게 읽힌다.
불국사는 이상향 불국토를 지상에 구현한 신라 불교 건축의 정수다.
다보탑과 삼층석탑(석가탑), 청운교와 백운교가 만들어내는 공간 구성은 화려함과 절제미를 동시에 보여준다.
석굴암은 인공 석굴 안에 우주 질서를 담아낸 독창적인 구조로, 차분한 내부에서 마주하는 본존불의 미소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보편적인 울림을 전한다.
APEC을 통해 세계의 시선이 다시 머문 경주에서, 불국사와 석굴암은 더 이상 ‘봤던 곳’이 아니라 ‘다시 보게 되는 유산’이 됐다.
천년을 건너온 이 공간들은 오늘의 경주가 왜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도시인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

# 신라 왕도, 별빛의 도시 : 대릉원·첨성대·월성
대릉원 고분군에 들어서면 거대한 봉분이 이어져 고대 왕국 신라의 위엄을 실감하게 된다.
천마총 내부 전시관에서는 실제 출토된 금관과 장신구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신라 왕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고분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며, 걷는 것만으로도 역사와 자연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362개의 돌로 쌓아 올린 구조물 자체가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준다.
낮에는 고즈넉한 자태가, 밤에는 별빛과 조명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첨성대 일대에서 별자리 체험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야간 경관조명이 더해진 월성 일대는 대릉원과 첨성대를 하나의 풍경으로 묶으며, 이곳이 왜 ‘별빛의 도시 경주’를 상징하는 핵심 공간인지 보여준다.

# 살아 있는 감성과 청년문화의 거리 : 황리단길
대릉원과 첨성대에서 이어지는 산책 동선 끝에는 황리단길이 자리하고 있다.
고분과 유적이 빚어낸 고도의 풍경을 지나 도착하는 이 거리는,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경주의 또 다른 얼굴이다.
한옥과 근대 건축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카페와 공방, 소규모 상점들이 들어서며 젊은 세대는 물론 가족 단위 관광객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낮에는 고즈넉한 골목을 따라 여유롭게 걷고 사진을 남기기 좋고, 해가 지면 조명이 켜지며 거리 분위기는 한층 생동감을 띤다.
역사 유적이 밀집한 공간과 바로 맞닿아 있으면서도 일상의 감성과 청년문화가 살아 숨 쉬는 점이 황리단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거리는 경주가 ‘보고 떠나는 도시’를 넘어, 머물며 즐기는 관광지로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빛과 물이 어우러진 신라의 낭만 : 동궁과 월지·월정교·교촌마을
동궁과 월지는 신라 왕궁의 별궁 터이다.
다른 부속건물들과 함께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면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이곳에서 연회를 베푼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물 위로 비친 누각과 조명이 어우러져 경주의 대표 야경 명소로 자리 잡았다.
사계절마다 풍경이 달라 봄 벚꽃, 여름 연꽃, 가을 갈대, 설경이 연못과 조화를 이루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연못 가장자리를 따라 걷다 보면 누구나 1,000년 전 신라의 풍류를 상상하게 된다.
월정교는 남천을 가로지르는 웅장한 목교로, 복원 이후 경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다리 위를 걸으며 맞는 바람과 물결 소리는 여행자들에게 고즈넉한 감동을 준다.
특히 야간 조명 속 월정교는 마치 신라 시대로의 문이 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교촌마을은 전통 한옥과 생활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주말이면 전통혼례 재현, 풍물 공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열려 머무는 관광지로서 매력을 더한다.
여행자들은 한옥 마루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거나, 골목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으며 일상의 여유를 되찾는다.
이 일대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특별한 무대다.

# 찬란했던 신라의 웅장함 : 황룡사터·분황사
황룡사터는 과거 신라 최대 사찰이자 동아시아 최대 목탑이 서 있던 자리다.
9층 목탑은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물이었으나, 몽골 침입으로 소실됐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지만, 안내판과 복원 모형을 통해 당시의 웅장함을 짐작할 수 있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상상력을 더해 신라의 위엄을 마음속에 그리게 된다.
분황사는 선덕여왕 시절 창건된 사찰로, 석탑과 석불좌상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화강암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아 올린 분황사 모전석탑은 한국 석탑 건축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사찰 마당에 앉아 탑을 바라보면, 신라인들이 불법(佛法)에 의지해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단순히 옛 건축물이 아니라, 신라인들의 정신과 종교적 세계관을 만나는 장소다.

# 신라 천년의 보물창고 :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은 경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신라 천년의 보물들을 집대성한 공간이다.
천마총 금관, 불상, 토기, 금동 장신구 등 수천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은 주제별로 나눠 있어 관람객들이 신라의 정치, 경제, 문화, 생활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천마총 금관은 금과 옥으로 장식된 화려한 장신구로, 고대 장인의 정교한 솜씨를 보여준다.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과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도 마련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경주박물관을 찾는 것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신라 천년의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는 여정이다.

# 가족과 함께하는 힐링 여행 : 보문호·보문관광단지
보문호는 사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는 경주의 대표적인 휴식처다.
봄에는 벚꽃이 만발해 가족 나들이객으로 붐비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 속에서 자전거와 유람선을 즐길 수 있다.
가을에는 단풍이 호수를 붉게 물들이며,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평온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호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보문관광단지는 호텔과 리조트, 레저시설이 집약된 경주의 대표 체류형 관광단지다.
다양한 숙박과 즐길 거리를 갖춰 하루 일정으로는 부족한 경주의 매력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호수 주변에서의 산책과 휴식, 가족 단위 레저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보문단지는 ‘머무는 경주’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살아 있는 체험 관광과 가족 여행 : 경주월드
보문관광단지 안에는 경주월드가 자리하고 있다.
경주의 역사·문화 관광에 체험형 즐길 거리를 더하는 종합 테마파크로, 놀이기구와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춰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스릴 넘치는 어트랙션부터 어린이를 위한 공간까지 마련돼 세대별 맞춤 여행 코스로 손꼽힌다.
설 연휴에도 실내 공간과 휴식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추운 날씨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보문호와 숙박시설, 경주월드가 한 공간에 어우러지며, 보문관광단지는 휴식과 체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가족 여행의 중심지로 완성된다.

# 맺음말 : 설 연휴, 경주에서 만나는 천년의 시간
설 연휴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경주는 충분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에서는 천년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대릉원·첨성대·월성 일대에서는 신라 왕도의 위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동궁과 월지와 월정교가 빚어내는 야경은 설 연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황리단길에서는 살아 숨 쉬는 현재의 경주를 만날 수 있다.
역사와 문화, 휴식과 체험이 한데 어우러진 도시 경주. 짧지만 소중한 설 연휴, 멀리 떠나지 않아도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이번 명절, 천년고도 경주에서 가족과 따뜻하고 의미 있는 여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최선학 기자 kbnews7005@hanmail.net